0608 폭력은 여론을 만들 수 없다열아홉짜리 동생이 어제 시위에 다녀왔다.
처음이었는데도 밤샘시위라니...용감한 녀석.
다녀와서 한 잠 자고 일어난 동생에게 물었다. 어제 어땠냐고.
동생이 대답하길, 무서웠단다. 다름 아닌 시민들이.
공사하려고 쌓아놓은 자재들을 마구 뜯어내는 모습이, 그토록 주장하고 갖은 인내심을 다 끌어가며 지켜왔던 비폭력이 무너지는 모습이 무서웠단다. 그런 말을 하던 동생은 아무래도 다음 번 시위에는 나가지 않을 듯이 보여 마음이 슬퍼졌다.
후우...내가 밤샘했던 6월 1일 새벽에도 그런 류의 과격한 사람들이 있었다.
청와대에 얘기를 하러 가겠다는 그 사람들은 앞을 가로막는 전경버스를 부수고 타넘어 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쳤었다.
그들이 선동인지, 아니면 감정이 격앙이 된 시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을 말리기 위해 억지로 목청을 돋워서 대꾸했던 일이 생각난다. 이제까지 비폭력을 지켜온 것, 앞으로 집회의 안전성을 믿고 참여할 보통의 사람들-어린 학생, 유모차 부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을 위해 참아햐 한다고, 주변에 있던 분들과 함께 정말 열심히 말렸다. 듣는 것 같진 않았지만, 최소한 다수가 그렇게 말하며 말리니 기세에 눌려 밀려나기는 하더라. 뭐, 그 후 진정됐다고 생각하고 말리던 분이 다른 곳에 신경 쓰는 사이에 전경버스의 열린 창문을 막고 있는 방패에 스프레이를 뿌리다가 불을 붙여 주변을 식겁하게 만들었지만.(아마 뉴스에도 나왔지 싶은데...전경버스에 불질렀다는 식으로. 그때 방패에만 잠깐 불이 붙었고 놀란 시민들이 불 붙인 사람을 끌어내는 사이에 방패의 불은 곧 꺼졌다.) 이 사건과 금호 아시아나 빌딩 앞에서 프락치 추정자를 둘러싸고 윽박지르던 사건을 겪으면서 무던히도 걱정했더랬다. 사람들의 감정이 점점 극으로 치닫는 것 같아서, 이제까지 지켜온 자제심이 무너질 것 같아서. 그러다 꼭 다치는 사람-과격한 이는 물론, 그저 자신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그 자리에 나와 불을 밝히던 조용한 어느 참가자-이 나올까봐 조마조마했었다.
그런데 올 게 왔구나 싶은 것이 마음이 참담하다. 그렇게 누구도 다치지 않기를 빌었건만... 직접 피를 흘린 사람은 물론,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과 그저 듣기만 한 사람들도 이젠 마음에 피가 흐른다.
나는 그 피, 그 상처가 정말 두렵다.
그 피를 조용히 닦아내고 침착하게 상처를 지혈할 수 있을지, 그리고나서도 이제껏 지켜왔던 대로 조용히 일어서 촛불을 밝힐 수 있을지, 혹 증오라는 고름을 철철 흘리며 눈에 불을 튀기며 달려드는 것은 아닐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그저 두려워한다.
비폭력을 위한 비폭력단/폭력자율자제단, 다른 말로 인내심이라고도 불리울 그것이 다시 한 번 각자의 마음 속에 자리잡기를 그저 바란다.
스스로를, 더 나아가 집회에 모인 사람들과 소리 없이 이번 집회의 추이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국민들의 뜻을 지키기 위해서, 제발.
덧1.
우린 진짜다 당연하지. 외면은 답이 아니다. 방종이지. 또 나갈 거다.